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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뒤 전기·수소차만 달린다…베일 벗은 ‘한국판 탄소중립’

기사 입력 : 2021.08.12 17:48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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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서울경제 조양준 기자와 함께 산업계 이슈를 들여다보는 순서입니다. 최근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지구의 기온이 산업화 이전에 비해 1.5도 높아지는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10년 앞당겨졌다고 발표했습니다. ,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 남은 시간이 더 줄었다는 얘기입니다. 전 세계가 합심해 탄소배출을 제로상태로 만들어야 지구의 기온 상승을 1.5도 이하로 만들 수 있다고 하는데요. 우리 정부도 이달 초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했습니다. 이번주 산업뉴스인에서 이 내용 좀 더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조양준 기자, 안녕하세요. 먼저 탄소중립위원회 발표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할 것 같은데요. 어떤 내용이 담겨 있나요


[기자]

지난 5일이죠 탄소중립위원회가 발표한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일단 양이 방대합니다. 기본적으로 가장 감축 정도가 적은 1, 중간인 2, 그리고 감축 강도가 가장 높은 3안 이렇게 3개 안으로 구성이 돼 있고요. 에너지, 산업, 수송, 건물, 농축수산 등 총 10개 분야에서 어떻게 탄소 배출을 줄일 것인지에 대한 방법과 각각의 목표치가 세부적으로 설정이 돼 있습니다. 이 가운데 눈여겨 보셔야 할 분야는 전기를 만드는 분야인 에너지, 각종 제조업이 포함된 산업, 그리고 교통 수단이 포함된 수송 이 3개입니다. 가장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분야가 이 3개이기도 하고요.

감축 강도가 가장 센 3안이 유일하게 탄소중립을 목표로 한 시나리오인 만큼 3안을 기준으로 분야별 가장 큰 특징을 보면요. 에너지 분야에서는 2050년에 석탄발전과 천연가스, LNG 발전이 전면 중단됩니다.

 

또 산업 분야에서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도입해 현존하는 철강업 고로 95%를 전기 방식으로 대체하기로 했습니다.

 

수송에서는 우리나라 자동차 97%를 전기·수소자동차로 대체한다는 계획입니다. 30년 뒤에 다니는 자동차가 모두 전기·수소차가 되려면 앞으로 10~15년 뒤 정도부터는 내연기관차 생산이 중단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앵커]

언뜻 듣기에도 상당히 급진적인 계획으로 보이는데, 현실 가능성이 있나요?

 

[기자]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탄소중립 방안이 무리한 것 아니냐, 이런 지적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앞서도 설명 드렸듯 이 가장 감축 강도가 센 3안이 유일하게 탄소중립을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에 3안이 바로 한국의 탄소중립 로드맵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에너지 분야의 경우 3안은 석탄발전뿐 아니라 천연가스도 전면 중단한다는 계획입니다. 대신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을 70%까지 늘리겠다고 합니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196.5%인데 이를 10배 이상 확대한다는 것이죠. 태양광 발전에는 패널이 필요하고, 풍력은 풍력 발전기를 설치해야 하죠. 발전비중을 10배 늘린다고 가정해본다면 여기에 들어가는 설비는 어마어마하게 늘어나야 합니다. 특히 재생에너지는 설비를 통해 얻는 전력 공급능력이 8분의 1 수준입니다. 이건 정부도 인정하는 바이고요. 많이 접하셨겠습니다만 서울의 몇 배 면적을 태양광 패널로 덮어야 한다는 보도들이 나오는 이유가 이것이죠. 물론 정부는 패널을 들판이나 호수 같은 대용량뿐 아니라 건물에 설치하는 방식도 곁들인다는 계획입니다만, 과연 이런 방식들로 충분할까 하는 의문은 여전합니다.

 

[앵커]

관련 기술을 발달시켜서 해결하는 방법은 없습니까? 그냥 무작정 탄소를 줄이기만 하자는 것은 아닐 텐데요.

 

[기자]

이번에 발표된 탄소중립 시나리오에도 기술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CCUS, 즉 탄소 포집·저장 기술인데요. 배출되는 탄소를 말 그대로 낚아 채 이를 재활용하는 기술입니다. 탄소중립위원회는 CCUS로 최대 9,500만톤의 탄소를 감축하는 것은 물론 탄소 재활용에도 쓴다고 하니 탄소중립 핵심 중의 핵심 기술입니다.

그런데 CCUS는 국내에서는 아직 개발 단계가 낮습니다. 정부 연구소들이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만 아직 상용화 사례는 없습니다.

 

한 마디로 지금은 없는기술로 봐도 무방합니다. 물론 우리나라 같은 기술 선도국이라면 조만간 충분히 CCUS 상용화 가능성도 있겠습니다만, 국가 중장기 계획을 세우는 데 아직 설익은 기술을 포함했다, 그것도 핵심 기술로 포함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대체적입니다.

 

[앵커]

산업계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한 마디로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입니다. 먼저 자동차 업계의 경우 친환경차 전환에 따른 내연기관차 생산 중단이 생각보다 빨리 현실화할 수 있습니다. 2050년에 사실상 전체 차종이 전기·수소차가 된다면 차량 교체 주기 등을 고려할 때 2035년 정도면 내연기관차 생산이 끝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완성차 업계의 사업 모델이 완전히 뒤바뀌게 됨을 의미합니다. 사실 완성차 업계는 이미 격변의 시기를 겪고 있죠. 미국이 얼마 전 2030년까지 신차 중 50%를 전기차로 바꾸겠다고 발표하는 등 대외적으로는 이미 탄소중립 국면에 접어든 모양새입니다.

철강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데요. 고로 95%, 사실상 전체를 전기로로 바꾼다는 것이 탄소중립 시나리오인데 그 전제가 되는 수소환원제철기술은 CCUS처럼 기술 수준이 초기 단계입니다. 또 업계 일각에서는 고로와 전기로는 만들어내는 제품이 다르다, 따라서 전기로가 고로를 모두 대체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이렇게 많은 분야에서 큰 변화가 불가피한 만큼 그에 수반되는 비용이 상당할 것 같은데, 당연히 경제적인 효과 전망도 나와 있겠죠?

 

[기자]

사실 말씀하신 대로 그럼 얼마의 비용이 드느냐문제가 중요합니다만, 이번 시나리오에 비용 추산은 담겨있지 않습니다. 탄소중립위원회는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하면서 전기요금 인상 등 탄소중립 추진 소요비용을 현 단계에서 고려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30년 후 미래 시점의 비용 추산을 현재 시각으로 분석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이유인데요. 탄소중립위원회는 대신 지금은 탄소중립 달성에 필요한 기술 혁신에 집중할 시점이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이번에 발표된 시나리오는 향후 산업과 노동, 시민사회 등 각계 의견 수렴을 거칠 예정입니다. 다음 달에는 국민 대토론회도 예정돼 있고요. 물론 코로나 확산세가 심각한 만큼 제대로 된 여론 수렴이 가능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제대로 된 여론을 수렴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충분한 정보 제공입니다. 세계 각국에서 지금도 지구 온난화로 인한 홍수, 화재, 가뭄 등 이상기후가 발생하고 있는 점을 볼 때 탄소중립은 피할 수 없는 길입니다.

 

그러나 경제적인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변화는 국가를 또 다른 생존 위기로 몰고 갈 수 있습니다. 이런 사실을 모른 채 하고 의견 수렴에 나선다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많고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은 함구해야 한다는 정부와 여권의 입김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앵커]

. 비용 조달 계획이 빠진 건 좀 유감스럽습니다. 탄소중립이 정치적으로 이용당하는 일은 좀 없었으면 좋겠는데요. 이 문제는 어떤 이권을 떠나서 인류가 공동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인식을 가지고 정책이 추진돼야겠습니다. 조양준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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